대학을 졸업하고 청주로 돌아온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4년이 끝났고,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했으며, 당분간 본가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청주에서의 취업 준비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이 시간이 6개월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터디카페와 독서실을 오가며 자소서를 쓰고 직무 공부를 하던 첫 달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면접 요청은 아직 없었고, 합격 소식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밤늦게 침대에 누우면 자꾸 불안한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운동이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헬스장 등록은 쉽게 결정이 나지 않았습니다. 취업 준비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몇 달 치 비용을 선불로 내거나 약정을 맺는 건 부담스러웠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언제 취업이 되어 청주를 떠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 컸습니다. 그때 브로피트니스의 무약정 구독 방식을 알게 됐습니다.
한 달 34,900원에 약정도 없고 언제든 해지할 수 있다는 게 취준생 입장에서는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런 요금제 구조라면 부담 없이 시작해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가입비나 위약금 같은 것도 없다고 해서 실제로 확인하러 금천점에 들렀고, 그날 바로 시작했습니다. 당일 가입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처음 2주는 솔직히 운동보다 '일단 나가는 것'에 의의를 뒀습니다. 스터디카페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들르거나, 낮에 막혀 있을 때 환기 삼아 나갔습니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집 밖에 나가는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그 이유가 헬스장이 됐습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하루가 흐릿하게 넘어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면접이 없는 날은 뭘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날이 생겼습니다. 헬스장 가는 일이 그 흐릿함에 작은 고정점 역할을 했습니다. 적어도 '오늘 헬스장은 갔다'는 게 하루의 확실한 한 줄이 됐습니다.
면접 당일 아침, 유독 긴장이 심한 날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 날 전날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느낌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의학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몸이 어느 정도 움직인 상태에서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 마음이 조금 더 안정된다는 개인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그 느낌을 믿고 면접 전날 루틴으로 헬스장을 넣게 됐습니다.
취업 준비 4~5개월이 지나면서 잠깐 구독을 해지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합격 소식이 없고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습니다. 한 달을 쉬어봤는데 오히려 하루 리듬이 무너지는 게 더 컸습니다. 다음 달 다시 구독을 재개했고, 그 이후로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처음엔 '취업이나 빨리 하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면서, 헬스장 다니는 것 때문에 제가 좀 더 안정적으로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친구들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취준생 특유의 불안하고 지쳐 보이는 모습이 예전보다 덜 보인다고, 그게 칭찬인지 위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취업 준비 8개월 동안 브로피트니스를 6개월 이상 구독했습니다. 취업이 된 뒤에는 당연히 해지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컨디션을 유지하는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취준생 때와는 다른 의미로 필요해졌습니다.
돌아보면 헬스장이 취업을 시켜준 건 아닙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이 좋아진 덕에 면접을 잘 봤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취업 준비라는 끝이 안 보이는 시기에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게 해주는 작은 지지대 역할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청주에서 취업 준비 중이거나 비슷한 공백기에 있는 분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운동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약정 없이 한 달만 써보는 건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시도입니다. 가까운 지점에 한번 들러보시면 됩니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